나의 이야기

[기억] 우리 젊은 날을 기억하는 그곳

공상가 릴라 2012. 5. 21. 12:54

오랜만에 만난 사촌 언니와 함께  20년도 넘은 시간을 거슬러 우리 청춘의 희노애락을 기억하고 있는 그 곳을 찾아 갔다.

우리의 기억과는 다른 이름과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 대구의 주점 골목~~ 몇 몇 가게는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거의 상권이 죽어있어 주말 저녁인데~~ 한산하다~ 거기다 우리의 그 곳은 이름도 바뀌었고 장사도 접었다~

처음의 이름을 두고도 둘이서 한참을 실랑이하다 우리보다 더 기억력이 좋은 J 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서야

그곳이 '집현전'이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잔치집'은 그 옆집이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ㅎㅎ~ 우리 둘은 웃었다. 머리도 좋아~ 옆집까지 기억한다고 둘이서 또 웃었다~

'집현전' 그 집의 이층은 우리의 아지트였다.

학비를 벌어써야 했던 사촌언니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알바를 했고 대학입학후에도  내내 아르바이트를 멈출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녀가 5년을 알바했던 '마주보기' 커피숍!!

 그녀가 일하던 중 많이 아파서 내가 그녀의 대타로  알바를 시작하게 되었던  그해 1992년 겨울!!

'마주보기'에서 만났던 한무리의 사람들!! 그 중 누구도 아프지 않은 청춘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참 많이 몰려다녀었다. '집현전'으로~~

우리가 오면 으레 이층으로 안내하던 이모의 얼굴은 잊었지만 이모가 끓여주던 순두부찌게와 파전은 잊을 수 없다.

그리고 함께 들려주던 태진아의'노란 손수건'~~~ 후렴구를 따라하며 모두가 흔들어 대던 두 손~~

술에 취하고~  젊음에 취하고~ 이야기에 취하면~ 그러면 누군가의 툭~던진 한마디 " 바다 보고 싶다"

그러면 새벽기차를 타고  부산 태종대를 간다~ 입석기차에서 잠 한숨 자지 않아도 생기 넘쳤던 우리들~

태종대를 오르면서 눈물을 흘렸던가? 큰소리로 웃었던가? 가시지 않는 존재론적 외로움과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냉정한 현실의 고통속에서  무모하지만 열정이 넘쳤던 우리들의 모습이 그대로 떠오른다~ 어제 일처럼~~

 

 

 

저 화장실 문 앞의 잊을 수 없는 너무 많은 이야기들~~

내게 가장 인생을 열심히 살았다고 기억되는 사람, 나의 사촌은

그 시절 알바장소'마주보기'에서 만난 남자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서 나는 '오빠'라고 부르던 사람을   '형부'라고 부르고 있다~

그녀는 젊은 날의 기억들을 여기에다 두고 대학을 졸업하고는 서울로 가더니 서울생활이 벌써 20년이 넘었다.

이곳에 남은 나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던 기억을 찾아~ 추억을 찾아~  토요일 오후~~ 둘이 손을 잡고 교동시장으로 중앙통을 뒤지고 다녔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우리는 우리 기억속의 그 나이때 쯤으로 보이는 젊음이 아픈 이들 속에서 막걸리에 알탕을 먹는다~ 웬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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