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아고라 크리스토퍼 역자 용경식
까치 2014.12.30
원제 Grand Cahier(Le) 560 페이지
제1부 비밀노트
노동
저녁을 먹으면서 할머니가 말했다.
"이제 뭘 좀 안 모양이구나.지붕 아래서 자고 배불리 먹으려면 그 정도 일은 해야지."
우리는 말했다.
"그게 아니에요 일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일도 하지 않으면서 일하는 사람을 구경만 하는 것은 더 힘들어서 그래요. 더구나 노인이 일하는 것을 보는 것은 말이에요."
할머니가 비웃었다.
"개자식들! 내가 불쌍하게 보인다 이 말이구나?"
"아니에요, 할머니. 우리는 다만 우리 자신이 부끄러웠을 뿐이에요."
우리의 공부
우리가 '잘했음'이나 '잘못했음'을 결정하는 데에는 아주 간단한 기준이 있다. 그 작문이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들,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들은 것들, 우리가 한 일들만을 적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할머니는 마녀와 비슷하다.'라고 써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마녀라고 부른다'라고 써야 한다.
'이 소도시는 아름답다'라는 표현도 금지되어 있다. 왜냐하면, 이 소도시는 우리에게는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추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이웃집 아주머니와 딸
"그래. 네 엄마나 너한테 필요한 게 있으면 우리에게 말해, 우리가 과일도, 채소도, 생선도, 우유도 줄게."
그녀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난 너희들이 주는 과일이나 생선이나 우유 따윈 필요 없어! 그런 건 다 내가 훔치면 돼. 내가 원하는 것은 너희들이 날 좋아해주는 거야.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거든.
우리 엄마조차도. 하지만 뭐, 나 역시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니까. 우리 엄마도 너희들도! 나는 너희들을 미워해!"
다른 아이들
우리가 물을 가득 받은 물통을 언청이에게 내밀었다. 소녀가 우리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왜 진작 날 도와주지 않았니?"
"네가 어떻게 하는지 보려고."
"덩치 큰 세 녀석이 덤비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니?"
"네 물통을 놈들 대가리에 던져버리든지, 손톱으로 얼굴을 온통 할퀴어놓든지, 불알을 발로 걷어차든지, 그도 저도 안 되면, 고함을 치고, 울부짖기라도 해야지.
아니면 아예 달아났다가 나중에 다시 오든가."
끌려가는 사람들
"너희는 너무 예민해. 너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너희가 본 것을 모두 잊어버리는 거야."
"우리는 영원히 아무것도 잊지 못할 거예요."
이별
아빠는 두 번째 철조망 직전에 쓰러져 있다.
그렇다. 국경을 넘어가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누군가를 앞서 가게 하는 것이다. 마대를 쥐고, 앞서 간 발자국을 따라간 다음, 아빠의 축 늘어진 몸뚱이를 밝고,
우리 가운데 하나만 구경을 넘어갔다. 남은 하나는 할머니 집으로 돌아왔다.
제2부 타인의 증거
p 302 서점주인 빅토르
나는 이제 쉰 살밖에 안 됐어. 내가 담배와 술을, 그래, 술과 담배를 끊는다면, 책 한 권쯤은 쓸 수 있을 거야. 몇 권 더 쓸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단 한 권이 될 거야.
나는 이제 깨달았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것없는 책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 있겠어.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제3부 50년간의 고독
p494 클라우스의 이야기
" 사실, 어머니, 저는 글을 쓸 때는 완전히 혼자가 되어야 해요. 저는 침묵과 고독 속에서만 글을 쓸 수 있어요."
p500
"그렇게 됐구나. 가끔씩 이런 일이 생기기도 하지. 한 가족이 다 잠자리에 들더라도 혼자 안 자고 남아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
"난 혼자 남아 있는 거 싫어요. 나도 자고 싶어요, 루카스처럼, 그리고 엄마, 아빠처럼."
그녀가 말했다.
"누군가는 깨어 있어야 해. 그래야 그들이 돌아올 때, 말하자면 그들이 깨어났을 때, 돌봐줘야 하잖니."
P508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은 다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인 걸요.
P552
나는 또한 우리 네 사람이 곧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만 돌아가면, 나는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기차, 그래, 그건 좋은 생각이다.
읽은 날: 2015년 3월10일~ 11일
2015년 5월21일의 느낌:
읽은 내내 흥분되고 슬프고 맘이 아팠었다.
그래서 더 냉정해 지려고 바로 감상을 쓸수 없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모든 인간은 한권의 책을 쓰기위해 세상에 태어난다는 그 말이 내게 무슨 숙제를 안겨주는 것 같이 느껴졌다.
나는 무슨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과연 나는 내가 본것, 들은것, 겪은 것들을 그대로 쓸 수있을까?
그것들과 마주할 수 있을까?
'상실은 고통의 형태로 찾아와서 고독의 방식으로 자리잡는 것이었다.'는
은희경 소설 <태연한 인생>의 구절이 생각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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