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1년 10월2일~ 3일
장소: 주왕산국립공원
지난 여름의 아쉬움을 달래려 10월 첫캠핑은 주왕산 상의 야영장으로 정했다.
날씨가 쌀쌀해진 관계로 난로까지 가지고 가야하는 상황이라 차에 짐을 싣는데 한참이 걸린다.
너무 오랜만의 캠핑이라 울서방님 테트리스신공의 빛이 바래진 모양이다. 우여곡절끝에 9시20분대구 출발~~~
영천에 한창 포도수확철이라 거봉한봉지 사고 청송에 도착하니 여기는 사과수확이 한창이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하나의 그림이다. 높고 맑은 하늘,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들꽃과 코스모스,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
전형적인 풍요로운 가을풍경이다.
그런 풍요로움을 즐기려는 사람이 우리만은 아니었는지
주왕산국립공원 입구 3킬로를 남겨놓고 차가 움직이질 않는다~~ 앞뒤로 그냥 꽉막혔다~~
차에서 내려서 조금 걷는다는게 아주 그냥 계속 걸어서 야영장을 혼자 찾아갔다.
많은 사람들이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걸아간다.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날것 같다.
설레임하나 사서 먹으며 혼자 걷는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다 보면 언제가는 혼자가는 여행도 갈 수 있을 것만 같다~ㅎㅎ
상의 야영장입구~ 지난번에 한번 와본 곳이라 익숙하게 찾아가게 되더군~~
울서방님과 아들은 사이트 잡고 기다리고 있겠지~~
우연의 일치인지 귀소본능인지 지난 여름 우리가 머물렀던 그 자리를 찾아 집짓기를 하고 있는 울서방님~~
오랜만에 도로시 가지고 왔더니 역시 크다. 자리가 안나와서 고민하는데 뒷집이 철수하는 것 같아
뼈대갖춘 도로시를 들어서 얼른 이동 ~~넓은 자리 확보에 성공한다!!
나는 울서방님 텐트 팩박고 타프 각잡을때 젤루 멋있어 보인다는~~ㅎㅎ
이 무슨 엉뚱한 상상인지 모르겠지만 웬지 저 팩가방이 울서방의 보물 1호일거라고 내 맘대로 생각해본다.
구입한건 튼튼하지 않다며 팩을 만들어오기도 하고 비너며 여러가지 끈들을 사서는 자체 타프걸이를 만들고
내가 알수 없은 것들을 미싱으로 박아달라 요구할때면 정말 저것들을 사랑하는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넓은 자리 확보한 우리집~~
남들 자리 많이 차지하고 텐트쳤다고 욕을 하면서도 우리도 기회만 되면 넓은 자리 확보에 열을 올리게 된다.
그 댓가를 치르느라 그랬는지 주차공간 확보못해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울서방이랑 1차 한바탕하고
~~~ 9월을 너무 치열하게 보낸 우리 둘은 그 휴유증으로 아직도 그 어색함과 서걱거림이 풀리지 않아
서로 예민한 상태였다. 2차전은 다음날 계속되었다~~~
불어터진 라면을 먹으며 잠시 휴전을 한다.
9시20분에 대구출발해서 상의 야영장에 텐트치고 준비완료하니 오후 5시가 넘었다.
쌀쌀해지는 늦은 오후 모닥불을 피워놓고 캔맥주 한잔의 여유를 즐긴다.
저녁에 울서방 회사 후배와 그의 여친이 방문 해주어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너무 익다못해 다 타버린 새우 까느라 너무 고생만 하고~
사다준 청송사과 우리는 맛나게 먹었는데...젊은 커플도 우리만큼 즐거웠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돌아가고 난뒤 대충 치우고 아들은 먼저 잠자리에 들고
우리 둘은 저멀리 주차해둔 차에 노트북을 들고 영화를 보러갔다.
김기덕사단의 "풍산개"를 보고 내려오는 새벽1시가 넘은 시간~~
하늘엔 온통 별바다다!!
상의 야영장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참 좋은 곳 같다.
멋진 바위산 아래 소극장에선 여름에는 만화영화도 상영 해주고~~
간이 도서관에서는 책도 맘껏 읽을 수 있다. 울아들이 그림없는 책을 한권 뚝딱 읽어내려간 최초의 책이 된 "정령왕 엘퀴네스"
너무 재미있었단다. 13편이 완결이라며 집에 돌아가면 꼭 사달란다.
사용할것 같진 않지만 비데가 설치되어 있는 화장실~ 그옆에 샤워장이 있는데 여름에는 공짜였던것 같은데
아침에 머리 감을려구 했더니 1천원 사용료 달랜다. 그래서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고 있었던 거다.
나는 그냥 천원내고 머리감으면서 샤워까지 따뜻하게 해버렸다.
이제 텐트 접어 마무리해놓고 주왕산에 그리 유명하다는 3종 폭포세트를 보러갈 시간!!
달리기 연습으로 다리아프다는 울아들 달래고 얼래고 협박해가며 데리고 올라가는 울서방!!
아직 어린 아들은 모를것이다.
오늘 같은 경험들이 냉중에는 얼마나 그리워질지~~ 아닐지도 모르지만~~
부모님과 함께 보낸 어린시절이 없는 나는 그때는 몰랐었다. 나도 친구들과 노느라 정신없는 어린시절을 보냈으니까~
근데~ 먹고 사느라 너무 바쁜 부모님과 함께한 추억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어른이 되고
나이를 한살씩 더 먹을때마다 그 생각들로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는 걸~~
부모자식간의 사랑도 저절로 생기는게 아니라 함께 쌓은 추억의 겹들이 모여 정도 든다는 걸~~
그래서 투덜거리는 아들을 끌고 때론 귀찮아도 캠핑이란걸 오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얼굴형상을 닮았다는 시루봉~~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제2폭포에서 한껏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들과나!!
자기보다 키가 작다고 엄마를 귀엽다고 놀려먹는 아들놈^^~~~
제2폭포에서 0.7킬로만 더 가면 제3폭포~~
제3폭포가 젤루 볼만했던것 같지만~~
물이 너무 없어서 폭포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제3폭포에서 울아들이 물병을 떨어뜨리면서 아까 올라오기전에 화장실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아들에게 화가 난 울서방~~감정이 폭발!!
2차전이 시작되었다. 늘 이런식이다. 나는 울서방이 아들을 뭐라하는게 보기가 싫어서
자꾸 내가 개입하게되고 그럼 울서방과 나의 싸움이 된다. 울서방과 감정이 뒤틀리면 아들녀석도 보기가 싫어지고
예민해진 내맘이 또 펑 터져버린다. 그러면 말이 없어진다. 폭포에서 내려오는 길 내내 우리 셋다 말이 없다.
각자 따로 혼자 온 사람들처럼 저 만치 혼자서 걸어간다.
그들의 처진 어깨가 자꾸 외로워보인다. 내가 뛰어가서 얼른 안아줘야 할것만 같다.
내가 하지않음 울서방이 먼저 하지는 못할테니까~~
이리하여 우리의 긴 감정대립은 아니 나 혼자만의 마음상함은 일단 끝이났다.
오늘 주왕산 폭포를 보고 얻은 교훈은
물줄기가 굵게 내려쳤을 저 폭포들도 가늘어진 물줄기을 내리면서도 여전히 그 위엄을 잃지않는 것처럼
우리 세사람도 티격태격 다툼과 갈등이 있었도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잊지말아햐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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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조금 늦어진 시간이었으나 온김에 주산지까지 보기로 했다.
다리아프다는 아들은 차에 두고
둘이서 팔짱을 끼고 걷는 길~~~ 따뜻한 커피가 마시고 싶다.
주산지 이곳의
물에 잠겨 자생하고 있는 왕버들을 보고 있자면 섬뜩한 기분이 든다.
갑자기 어떤 장면이 떠올랐는데
~~온몸에 흰천을 두른 여자가 한겨울 얼음으로 덮힌
호수를 바삐걷다가 어느순간 얼음아래로 푹 사라져 죽는 장면! 그녀는 방금 자식을 버리고 오는 길이었다. ~~
왜 이장면이 떠올랐는지 몰랐는데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이곳이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봄'촬영지였다.
내가 떠올린 장면은 그 영화의 한장면이었던 거다.
이곳 주산지는 보고 실망했다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사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보러오는 사람의 맘에 따라~ 달리 보이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지난 푸른 여름날 이곳에 왔다면 나는 어떤 장면을 떠올렸을까?
눈내리는 또는 안개 가득낀 날 이곳에 온다면 또 어떤 장면을 떠올릴수 있을까?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다~~
주왕산국립공원 http://juwang.knp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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