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내마음의 도서관

[책] 내가 잠들기 전에

공상가 릴라 2011. 10. 16. 18:30

 

S.J. WATSON 지음/ 김하락 옮김

 

"나는 내일 태어나며,

오늘을 살고,

어제 죽었다."

-파르 비츠 오브시아

 

 -2011년 8월의 느낌-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더라~~ 블로그 서핑 중에 알게 되었는지 인터넷 광고를 보았던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광복절 연휴에 캠핑 가서 읽기 위해 이 책을 구입했다. 10일 날 받고  12일 날 맛보기만 보려고 책장을 펼쳤다가

하루 종일 이 놈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듯이 멍한 상태로 다음날 캠핑 갈 준비를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가끔 그녀 크리스틴과 같은 공포로 잠에서 깰때가 있다.

어떤 꿈을 꾸다가 그 꿈이 현실인지 잘 구분이 안되어 잠에서 깨고도 한참을 멍하니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날들이 있다. 그녀는 잠에서 깬 현재가 낯설어서 두려움이 밀려오지만

나는 꿈이 현실일까봐 덜컥 겁이 나서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을 훔친다.

                                                       

-2011년 10월의 느낌-

그 꿈들은 지난 시간 어느 때쯤인가 내가 느꼈을 절망의 상처들이 환영이 되어 나타나는 것들이다.

상처 받은 내 마음속의 작은 아이가 아직도 아파하는 걸 거라고~~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지식으로 나대로 내린 결론이지만  알 수 없다. 기억을 잃어버린 그녀는 자신이 기록해 놓은 일기를 통해 자신을 인지하고 왜곡된 상황일지라도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요즘 내게도 그런 장치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느 순간 자고 일어나면 익숙하지만 낯선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몸에 밴 일상을 살지만 내가 뭔가 하려고 했던 것이 있는데 돌아서면 캄캄하다. 하루밖에 간직하지 못하는 기억을 가진 그녀처럼 불안하고  답답하다. 하루의 기억!! 하루 동안의 꿈!!

어떤 이는 이 책을  문학적으로 어색한 이야기 구조에 딱 아마추어 데뷔작 수준이라고 재미가 없다고 했지만

나는 기억을 잃어버린 그녀가 매일 느꼈을 절망이 느껴지고 아침에 눈뜰 때마다 침대 옆에 누워있는 낯선 남자를 보고 느꼈을 공포와 사랑하는 남편이라고 믿던 이가 사실은 그녀를 그리 만든 나쁜 애인이었다는  진실 앞에서

그녀의 두려움이 나의 두려움이 되어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내가 현실에서 가끔 느끼는 절망과 공포를 닮아있어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주 오래간만에 읽은 재미난 소설이었다.

 

- P139~140

나는 그의 말을 모두 알아차리기 시작한다. 비록 기억은 못 하지만 이런 일들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는 안다.

우연한 만남, 커피 한 잔, 낯선 사람, 금방 가타부타 판단하거나 편들 수 없는 사람한테 말을 거는 것, 점차 신뢰하게 되는 것. 그다음은 뭐더라?

 

이 구절이 인상 깊은 건 사랑이라는 감정이 보통 이렇게 시작된다는 것.

그 사랑이 불륜이 아니더라도 결과가 늘 좋지만은 않다는 것.

그녀 크리스틴에게 마이크와의 사랑이 치명적 상처를 남기고 끝이 나듯이 

남편 벤과의 사랑도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녀와 벤의 결혼생활이 행복했다면  마이크와 불륜에 빠지진 않았을 거니까

사랑한다고 믿는 그 순간에도 불안은 존재하는 거라고 사람이란 정말 알아도 알아도 알 수 없는 존재니깐

오늘 밤 잠이 들고나면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면 좋겠다.

사람에 대한 실망도절망의 기분도. 아니지,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더 절망적일 테니 고통스러운 기억을 안고라도 다시 살아가야 하는 건가?